산과들

겨울 내장산

연이♥ 2011. 1. 2. 11:03

새해 첫날,

왕궁리에서 일출을 보겠다고 집을 나서보지만 동쪽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아무래도 구름에 가려 해뜨는걸 보긴 힘들 것 같아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텔레비전 아침 뉴스에서 생중계하는 전국의 일출 광경을 보는걸로 만족하자는 게으른 마음과

그래도 새해 첫날이고 눈도 많이 내렸는데 산에라도 가야하지 않겠는가 하는 부지런한 마음이 다툼을 시작한다.

결국, 아주 오랜만에 부지런한 마음이 승리를 거두어 간단하게 배낭을 꾸려 기차역으로 나섰다.

 

오늘의 행선지는 겨울 내장산...

일찍이 노산 이은상 선생께서 눈내린 겨울 내장산의 비자림숲 앞에서 불타는 가을단풍 자랑 말라고 하셨듯이

겨울 내장산에는 정말 눈이 많이 내린다.

 

혹시라도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입산통제를 하지 않을까하는 염려를 안고 떠난 길이었는데

다행이 전날까지 내리던 눈이 모두 그치고 화창한 날씨여서 산행을 통제하지는 않았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빨간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감나무는 겨울내장사의 명물이다

 

사람이 다니는 길엔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나 있고,

 

차가 다니는 길엔 가지마저도 붉은 빛을 띠는 단풍나무에 목화솜같은 눈송이가 피어있다

 

산을 오르다가 올려다본 하늘엔 고흐의 아몬드나무 꽃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져있다

 

벽련암 대웅전 뒤로 병풍처럼 드리워진 서래봉의 위용

 

벽련선원 누각에 누워 마치 하늘이 바다처럼 보이는 서래봉너머 하늘바다를 보면 소원이 이루어 진다는데 

벽련암에 갈때마다 누각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여 난 아직 한 번도 하늘바다를 보지 못했다

 

눈터널이 나 있는 등산로

 

 

나는 어쩌면 이 한 장의 사진속 풍경을 만나고 싶어서 새해 첫날 눈 쌓인 내장산에 오른건지도 모르겠다

 

서래봉에서 바라본 벽련암(좌)과 내장사(우)

 

서래봉을 지나 불출봉 가는길에 끝없이 이어진 철계단길은 정말 아찔했다

 

 

 

돌아오는 기차표를 예매하고서 떠난 길이었는데 눈길 산행을 하다보니 예정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계획대로라면 불출봉에서 원적암 비자림숲을 거쳐 내장사로 하산을 해야 했지만 도저히 기차시간에 맞출수가 없어

불출봉엔 오르지 못하고 내장저수지 방면으로 눈썰매를 신나게 타면서 하산을 했다. 

  

'산과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례 사성암  (0) 2011.02.22
기차를 타고...  (0) 2011.01.18
주말일기  (0) 2010.10.23
진안 운장산  (0) 2010.09.27
오월이 간다네  (0) 2010.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