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김치

연이♥ 2010. 10. 7. 10:17

 

 

 

요즘 금치가 되어버린 김치, 어떻게 해결하고 계시나요?

연이는 한동안은 지난 여름에 친정에서 추가로 가져온 김장김치만 먹고 살았네요.

문제는 연이가 익은김치를 잘 먹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식구들 중에 남편과 두연군은 익은김치를 좋아하고,

이래저래 연이 유전자만 쏙쏙 빼닮은 우연군은 익은김치는 절대 먹지 않습니다.

우연군은 세 살때부터 김치 담그는 날이면 엄마 곁에 쪼그리고 앉아 맵다면서도 계속 김치를 집어먹곤 했지요.

그렇다보니 김장김치만 먹었던 지난 한 달여동안 우연군과 전 집에선 거의 김치에 손을 안대고 살았답니다.

 

때는 가을이라,

식욕은 마구 치솟아 방금 담근 김치와 갓 지은 뜨거운 밥의 유혹이 너무도 강렬합니다.

 

연이네 사무실 근처에는 할머니들이 노상에 앉아 푸성귀를 팔고 계시는데 마침 적당한

크기로자란 경종배추를 팔기에 퇴근길에 한 소쿠리(2,000원) 사가지고 겉절이를 담가 보았네요.

찹쌀풀을 조금 쑤어서 고추가루를 풀고, 젓갈은 까나리 액젓하고 새우젓 건더기를 넣었구요.

햇생강도 천원어치 사서 조금 넣고 나머지는 얇게 저며 배 속을 긁어낸 다음 대추, 꿀과 함께 넣고 달여

환절기가 되면 감기를 달고 사는 두연군에게 먹였네요.

 

오랜만에 먹어보는 싱싱한 햇김치, 너무 맛있습니다.

지난주부터 일주일에 두 차례 정도 경종 배추를 사서 담가 먹고 있는데

남은 김치는 청국장에 돼지고기와 두부를 넣고 끓여 먹으면 그 맛이 환상입니다.

가을 청국장 찌개는 경종배추로 담근 햇김치와 궁합이 아주 잘 맞습니다.

 

제가 이렇듯 나이가 들어도 햇김치만 좋아하는 까닭은 아마도 어린시절의 추억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릴적에 엄마는 새벽에 일어나 텃밭에서 뽑아온 배추를 씻고 불린 고추와 마늘을 돌확에 직접 갈아서 김치를 담갔지요.

어릴때부터 아침잠이 별로 없던 연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 엄마를 도와 돌확에 고추가는 일을 거들곤 했답니다.

그때 그 시절, 소금에 절인 배추를 돌확에 넣고 버무린 햇김치의 맛은 정말 잊을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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