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휴 첫 날
차례음식 장만을 모두 끝내놓고 마을 앞길로 산책을 나섰다.
명절에 시댁에서 보내는 일상중에 빠트리지 않고 즐기는 나만의 낭만이다.
전을 부치고 송편을 빚고 나물을 볶는내내 너무너무 더웠는데
대문앞을 나서는 순간부터 마주하는,
탁 트인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같은날,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는 믿기지 않을만큼의 기습적인 폭우가 내려 반 지하에 사는 서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뉴스를 보았는데 이곳의 하늘은 공평치 못하게도 저리 푸르고 태양은 그리 뜨거웠다.
★ 추석날
차례상을 차리는 동안 부슬거리던 비가 차례상을 치울 무렵엔 제법 굵은 비로 변했다.
비 때문에 성묘도 못가고 밤샘근무 마치고 차례지내러 온 남편은 얼른 집에가서 자고 싶다고 해서 점심도 먹지않고 집으로 왔다.
종일 비가 오락가락 했지만 큰 비는 내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친정오빠와 남동생들은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데다 처가도 그쪽이어서
명절날 아침을 먹고나면 서둘러 귀경길에 오르다보니 얼굴을 볼수가 없다.
저녁무렵에 친정에 가서 언니네 식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 연휴 마지막날
금세 지나가버린 삼일간의 연휴 마지막날,
날씨가 좋으면 산에 가기로 전날 남편과 약속을 했지만 아침나절이 다 지나가도록 남편이 일어나질 않는다.
아침겸 점심을 먹고 산행 대신 금강 하구로 드라이브를 나섰다.
익산의 서쪽 끝자락엔 오랜만이어서 금강 주변에 가고 싶은 곳이 많았지만 운전을 하는 남편이 금강 언저리 말고는 더 이상 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리하여 나 또한 강 건너편에 있는 신성리 갈대밭에서 장금이와 산책을 하고 다시 강을 건너와 곰개나루에서 사진 몇 장 찍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