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가을 어느날

연이♥ 2010. 10. 10. 22:47

 

 

우리집 세 남자들에게 매일 아침 거르지 않고 챙겨 먹이던 홍삼 진액과 꿀이 한꺼번에 동이 났다.

그동안 양봉을 하는 남편 직장 동료의 부친에게서 꿀을 대놓고 사먹었는데(부자지간에도 못믿을게 꿀이라고는 하지만)

올해는 벌들이 병에 걸려 집단으로 폐사하는 바람에 꿀이 없다고 한다.

 

마침 지난 추석에 선물받은 대추가 몽땅 있기에 꿀 대용으로 사용해볼까 싶어 인삼을 사러 금산에 다녀왔다.

수삼과 대추를 함께 넣고 오랜시간 달이면 대추에서 우러난 단맛과 인삼의 쌉싸래한 맛이 어우러져 아이들도 거부감없이 잘 마신다.

달여마시는 용도이기에 모양이 조금 사나워(ㅎ) 값이 저렴한 6년근 수삼(모양이 좋지 않으므로 중국산일리 없는) 다섯 차(수삼을 세는

단위가 '채'인줄 알았는데 '차'라고 써 있었다)를 샀다.

 

갈때는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올때는 국도를 타고 오면서 가을날의 정취에 흠뻑 빠져보았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금산IC 못미처에 인삼랜드 휴게소가 있는데 이곳에서 파는 호두과자에는 호두뿐만 아니라 인삼이 들어있다.

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 어쩌다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지나는 일이 생기면 난 꼭 인삼랜드 휴게소에 들러 호두과자 한 봉지를 사먹는다.

 

내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를때마다 호두과자를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편은 꼭 음악CD를 구입하는데 오늘은 대학가요제 모음CD를 하나

사가지고 집에 돌아올때까지 듣고 또 들었다. 오랜만에 대학가요제 수상곡들을 들으면서 느낀점 - 목소리에서 젊음의 패기와 열정이 그대로

묻어남.(이거야말로 내나이가 먹을만큼 먹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돌아오는길에 완주군에 있는 화암사(花巖寺)에 들렀다.

화암사 가는길, 찾는 이가 많지 않아 호젓해서 참 좋다.

아직은 초록빛이 많은 숲이지만 공기도 바람도 모두 가을느낌 가득이다.

 

 

 

 

이른봄이면 복수초와 얼레지, 현호색이 지천에 피어있는 그 길에

여름꽃 물봉선과 가을꽃 구절초가 함께 어우러져 피어있다.

 

 

 

 

여름날에 큰 비가 내리면 산사로 통하는 길마저 끊겨버릴 것 같은 좁은 협곡을 따라 화암사 가는길...

협곡을 지나 철계단을 한참 오른 후에야 깊은 산속에 숨어 있는 작은 절집이 나온다.

 

 

 

절집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이 정면에'불명산화암사(佛明山花嚴寺)' 라는 편액이 붙여진 '우화루(雨花樓)' 이다.

우화루 편액은 안쪽에 있는데 우화루는 밖에서 보면 2층이지만 안쪽에서 보면 단층으로 된 누각이다.

 

 

 

우화루(보물제662호) 편액이 걸린 안쪽의 루(樓)는 아쉽게도 지금은 함석 같은걸로 막아놓은 상태다.

지난해 이른봄에 왔을때는 개방이 되어 있었지만 그때는 얼레지 꽃사진 찍는데 마음을 빼앗겨 자세히 살펴보질 못했었다.

 

 

 

우화루 옆 돌계단을 올라 이 작은 문을 통해야만 절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화암사 극락전(極樂殿)...보물제663호

화암사 극락전은 우리나라에는 하나뿐인 하앙식 구조로 된 건축물이라고 한다.

 

건축에 대해 무지할뿐 아니라 건축물을 볼줄 아는 심미안을 갖추지 못한 나로서는 하앙식 구조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그저 지붕 한 번 올려다보고 살펴보는 정도지만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구조의 건축물이라는 사실 때문인지는 몰라도 좁은 마당과

작고 아담한 극락전이 결코 작게 느껴지지 않았다.   

 

 

 

 

가을엔, 눈부신 햇살과 들판에서 익어가는 곡식과 산과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만나러 기꺼이 길을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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