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미륵산

연이♥ 2010. 1. 6. 10:23

 

 

 

미륵산,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바라보는 풍경속에 우뚝 솟아 있는 산.

 

해발 430m의 낮고 작은 산이지만 동쪽은 용화산과 마주하고서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고,

남쪽은 대체로 경사가 심한 편이지만 산 중턱에는『삼국유사』무왕조의 미륵사지 창건설화에도 나오는 사자사가 있으며,

서쪽은 초입부터 가파른 암벽이 있어 그곳까지만 올라도 너른 호남의 들판과 금강 너머 서해바다까지 조망할 수 있으며,

북쪽은 봄이면 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진달래 군락지가 있고 백제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산성터가 그대로 남아있다.  

무엇보다 산정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여 일기가 좋은날엔 멀리 덕유산과 지리산까지도 조망이 될만큼 천혜의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는 산이다.

 

연이형제가 유치원에 다닐무렵부터 주말이면 어김없이 아이들과 함께 미륵산 산행을 했었다.

봄이면 꽃이 좋은 방향으로, 여름이면 바람이 잘 부는 방향으로, 그리고 겨울에 눈이 내리면 비교적 사람들이 적게 찾는 산성 방향으로,

그때그때 방향을 달리하며 산을 찾았었다. 아마도 지금의 연이형제가 가끔 향수처럼 산을 그리워하는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으리라.

 

아이들이 자라고 나의 산에 대한 눈높이가 미륵산을 벗어나면서부터는

산행 횟수가 점점 뜸해지다가 이제는 등산을 하기보다는 집에서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산이 되었다.

비록 산을 자주 찾지는 않지만 여전히 미륵산은 내게 하루를 시작하는 힘을 주고 허허로운 가슴에 낭만을 심어주기도 한다.

 

 

 

 

지난해 연말에 많은 눈이 내려 우연군과 함께 오랜만에 미륵산엘 올랐다.

눈내린날에 미륵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가슴 탁 트이는 정경을 그리며 올랐지만 쉬지 않고 내리는 눈은 내가 바라던 풍경을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사방 탁 트인 눈오는날의 정경보다 더 아름답고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해주는 풍경을 그곳에서 만났다.

 

어린 딸을 배낭에 짊어지고 아들의 손을 잡고 산을 오른 멋진 아빠를 만난 것이다.

눈쌓인 산을 오르기도 쉽지 않지만 내려갈때는 혼자서도 위험하기 짝이없음을 알기에 두 아이를 데리고 조심조심 산을

내려가는 아빠의 뒤를 따라 내려오면서 여차하면 아이 손이라도 잡아주려 했지만 엉덩방아를 수없이 찧은건 오히려 나였다.

 

산은 멀리에서 바라보면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곳에 있기에 마음의 위안과 평온을 얻곤 하지만,

산 속으로 들어가 그 품에 안기면 나 아닌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숨결이 있고 온기가 있다.

아무래도 이제부터는 그저 집에서 바라보기 보다는 미륵산 그 품안에 자주 들게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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