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지리산을 바라보며 걷는 '지리산 길'

연이♥ 2009. 8. 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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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길 중에서 이번에 두연군과 다녀온 <매동마을 ~ 상황마을 ~ 등구재 ~ 창원마을 ~ 금계> 구간은,

  전라도 남원 산내에서 걷기 시작해 등구재 고개를 넘어 경상도 함양 마천으로 에돌아 걸으면서 오랜 세월 지리산 자락에 살던 마을

  사람들의 삶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만나기도 하고, 구불구불 끊어질 듯 이어지는 논과 밭, 그리고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길이다.

 

 

 

남원역이 변두리에 있다보니 기차에서 내려 터미널까지는 택시를 탈 예정이었는데 다행이 역 앞을 지나는 시내버스가 워낙 많아서 바로 시내버스를 탈 수 있었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미처 인월행 버스시간을 알아보기도 전에 뱀사골로 가는 직행버스가 터미널을 빠져나오고 있는게 아닌가!

뱀사골행 버스라면 인월에서 갈아탈 필요도 없으니 아무래도 오늘 출발이 순조로운게 아주 즐거운 걷기가 될 듯 싶다.

표도 끊지 않고 복잡한 터미널 출구를 서행으로 빠져나오는 버스를 세워 무조건 올라탔다.  

아침 9시 30분, 드디어 매동마을(일성콘도 입구다)에 도착, 오늘의 걷기를 시작한다. 

 

꽃술이 마치 환하게 등불을 밝힌 것처럼 찬란하게 아침을 열어주는 나팔꽃에 아직 아침이슬이 남아있다.

"지리산의 나팔꽃 안녕, 반가워~ "

 

 

 

엄마와 함께 지리산길을 꼭 걷고 싶었다는 두연군,

길을 걷는 발걸음이 경쾌하다.

 

 

척박한 환경에서 돌로 축대를 쌓아가며 삶의 터전을 일군 조상들의 억척과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다랑이논

 

 

 

 

호박잎 쪄서 우렁 강된장에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우고 나온 나와는 달리 입맛이 없다며 우유에 시리얼 한 그릇 말아먹고 나온 두연군은 걷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배가 고프다고 한다.  사전에 취득한 정보에 의하면 군데군데 쉼터가 있어 먹거리를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을 듯 싶어(여름 도시락은

상할까봐 불안하다) 복숭아 세 개와 두연군 간식인 훈제 닭가슴살 한 봉지, 생수 한 병과 이온음료 두 병만 얼려서 짐을 꾸렸는데 준비가 부족했다.

 

숲을 지나고 논길을 따라 걷다가 다시 숲길을 지나니 정말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반가운 쉼터가 보인다.

옥수수,동동주,파전,도토리묵,라면,산채비빔밥 등의 메뉴가 있는데 배고픈 두연군을 위해 산채비빔밥과 라면을 시켰다.

두연군도 나도 라면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산채비빔밥이 맛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 라면을 시켰는데 아뿔사!

산채비빔밥이 너무나 맛있다. 

 

내가 먹어본 비빔밥중에 가장 맛있었던건 놋쇠 그릇에 담아 내오는 전주비빔밥 이었는데 이번 지리산길 '다랭이 쉼터'에서 먹은 산채비빔밥은

가히 재료가 스무가지 이상 들어간다는 전주비빔밥을 능가하는 환상적인 맛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을 주민들이 지리산 자락에서 직접 채취한

산나물이며 버섯 등의 재료가 듬뿍 들어갔으니 그 맛이 좋은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지리산길 도보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다랭이 쉼터' 산채비빔밥 강추!!

 

 

 

이번 지리산길에서 생소하면서도 많이 볼 수 있었던 풍경인 고사리밭,

지리산 자락에서는 이렇 듯 고사리를 밭에 심어 재배를 하고 있었다.

 

 

<매동마을 ~ 금계> 구간을 택한 이유 가운데 하나인 상황마을 다랑이논,

어느새 들판엔 벼들이 패어 황금 들판을 준비하느라 연둣빛으로 변해 있었다.

 

 

나비는 찬조 출연~

 

 

 

등구재를 넘어 창원마을 가는 길,

연이처럼 키 큰 나무들이 시원스레 쭉쭉 뻗어 있던길,

초록의 나무와 풀빛이 너무나 선명해 마치 포토샵을 한 것 같다는 말을 두연군과 동시에 하는 바람에 한바탕 웃으며 걷던 길,

이번 지리산길에서 만났던 숲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숲길로 선정하노라~

 

 

 

와~

드디어 지리산 천왕봉이 보인다.

하늘이 도와 날씨가 맑아서 푸른산 지리산 주 능선이 한 눈에 보인다.

 

 

보고 또 보고...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며 걷던 창원 마을의 길은 사진을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너덜지대를 지나고 다시 숲길로 들어서니 원추리와 보랏빛 잔대가 군데군데 피어 길손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숲길을 지나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이 더할나위 없이 시원한 언덕에 올라서니 길과 강과 논이 한데 어우러진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있다. 그 길과 강과 들판에서 양식을 구하며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모습 또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으리라!

 

입추가 지나고 말복이 지났건만 긴 장마가 끝나면서 찾아온 늦더위가 광복절의 한낮을 뜨겁게 달구었어도,

길을 걷는 내내 풍겨오던 칡꽃 향기와 한낮의 땡볕을 온몸으로 받으면서도 엄마와 함께 지리산길을 걷는 것 만으로도 마냥 즐겁다며

수다스러웠던 두연군의 재잘거림이 아직까지도 나의 후각과 청각을 간지르는 너무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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