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가족사진 찍기

연이♥ 2009. 7. 5. 20:53

 

일요일 아침,

연이형제를 데리고 미륵사지 유물전시관에 있는 사리를 친견하러 갔다.

사전에 연이형제에게 귀띔하기를,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보지 말고 마음속에 간직한 소원을 빌라고 하고서...

 

일요일이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이 눈에 띈다.

전시관 입구에서부터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들어가니 맨 처음에 사리가 있다.

지난번 전시회 개막식때는 사리 이운식 법회가 끝나기 전에 왕궁리로 장소를 옮기는 바람에 나 역시 아직 사리를 보지 못한 상태다.

 

유물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카메라 후레쉬 사용을 금하고 있었기에 이번에는 아예 카메라는 꺼내지 않고 사리를 친견한다는 사실과 

우리가족 유물해설사(ㅎ) 자격으로 관람을 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내 또래 쯤으로 보이는 어느 불자는 사리를 향해 쉼없이 절을 올리고 있다.  아마도 108배 이리라...

나처럼 용기 없는 고3 엄마는 절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함을 알기에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만 보았다.

 

아주 작은 알갱이의 보석처럼 생긴 사리를 친견하고 다음 유물로 이동하는 사이에 연이형제에게 소원 빌었냐고 물어보니,

두 녀석 모두, 몇 개인지 세느라 까먹었는데요 한다. 그러면서 서로 열두 개라며 무슨 대단한걸 맞추기라도 한 듯 뿌듯해 한다.

이 어미가 열두 개라고 열두 번은 말해줬을텐데도 녀석들은 그 중요한 순간에 기껏 사리가 몇 개인지 숫자를 세고 있었다 한다.

 

 

 

 

전시관에서 먼저 나가는 남편에게 가족사진 찍어야 하니까 연못가에 가서 기다리라고 한 뒤,

연이형제와 난 전시관을 나와 서탑 복원현장에 들렀다가 금당과 강당 터 주변을 잠시 거닐면서 <삼국유사>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물론, 학교에서 충분히 배우겠지만.

 

연못가 나무 그늘아래서 담배를 피우고 앉아 있던 남편과 만나 모처럼의 외출을 기념하는(정말 오랜만에 온가족이 바깥 나들이를 했다)

가족사진을 한 장 찍으려는데 전시관 주변에 길게 줄이 늘어선 것과는 달리 연못가에는 우리가족 뿐이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할 사람이 없다.

 

그리하여, 나와 남편이 교대로 아이들과 함께 찍기로 했다.

 

  

 

 

도대체 햇빛이 어디로 간걸까? ㅎ

같은 시간과 장소지만 찍는 사람에 따라 사진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

 

어제의 궁남지 만큼이나 오늘의 미륵사지도 무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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