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꽃 다 지겠네

연이♥ 2009. 4. 7. 16:34

 

 

 

얼마전, 출근길 버스안에서 여고동창생을 만났다.

간간이 연락이 되던 친구였지만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터라 짧은 시간 동안 서로의 안부를 쫓기듯 주고 받았다.

아이들 이야기, 근황을 알고 지내는 동창들 이야기, 그리고 3학년때 우리반 담임을 맡았던 선생님 이야기...

 

친구의 큰 아들이 이번에 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우리들 고등학교 3학년때 담임을 맡았던 선생님이 이번 학기에 아이 학교로 오셨다 한다.

사실, 친구의 아들이 다니는 학교는 연이형제가 다니는 바로 그 학교이기도 하다보니 그냥 흘려 듣고 지나치기엔 양심이 켕기는 일이어서

밤늦게 학교에서 돌아온 우연이에게 선생님을 찾아뵙고서 인사 드리라고 시켰다.

 

두연이 같으면 우리가 누구 아들인지도 모르는데 뭐하러 찾아가냐고 할게 뻔해서 녀석에겐 아예 말도 안꺼내고

엄마의 말이라면 기꺼이 예스라고 먼저 대답해주는 우연이에게 시켰더니만 다음날 곧바로 선생님을 찾아간 모양이다.

 

여고를 졸업한지 벌써 25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난데다 특별히 공부를 잘한 것도 아니요, 미모가 뛰어나거나 남들보다

특츨나게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닌 나를 과연 선생님께선 기억해 주실지(졸업후 한 번도 찾아뵌적이 없으니) 무척이나 궁금했다.

 

우연이는 이런 내 기다림과 궁금증을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선생님 찾아갔던 이야기부터 들려준다.

어느 선생님인지 잘 몰라서 담임샘한테 물어 찾아가 엄마 이름 대면서 인사 드렸더니 다행이도 엄마 이름이며 외모까지 모두 기억하고 계신다고 한다.

아들이 엄마보다 인물도 훨씬 좋고 키도 훤칠한테다 이렇게 찾아와줘서 엄마도 우연이도 참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다고도 한다.

 

오늘 아침 출근길 버스안에서 여고동창생을 다시 만났다.

그동안 선생님을 종종 찾아 뵈었었다는 친구에게 이번 스승의날엔 꼭 함께 선생님을 찾아뵙자는 얘기를 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오늘, 두연이가 제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꼭 지난해 이맘때 우연이가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가면서 디카를 가져가는 바람에 왕궁리 벚꽃이 모두 질까봐 후배 카메라를 빌려 왕궁리에 갔었다.

그러니까 왕궁리유적전시관 개관 기념 기획전시실에 걸린 연이의 왕궁리 벚꽃 사진은 내 카메라가 아닌 후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었던 것이다.

 

또 다시 봄을 맞은 찬란한 사월은 나무에서 새순이 나오기전에 꽃을 먼저 피우느라 분주하게 시작되었고 어김없이 벚꽃은 하루가 다르게 활짝 피어나고 있다.

올해도 수학여행을 떠나는 두연이가 디카를 가져가버려 길어진 오후 햇살이 창가에 어른거리는 이 봄날에 나는 또 왕궁리 벚꽃이 모두 져버릴까봐 안절부절이다.

 

꽃 다 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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