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저녁노을

연이♥ 2008. 10. 13. 21:23

 

어린왕자가 사는 소혹성B612호는 아주 작아서

해지는 모습이 보고 싶으면 의자를 조금만 앞으로 당겨 앉으면 된다고 했다.

 

슬플때 해지는 걸 보고 있으면 정말 멋지다던 어린왕자는

어떤날엔 해가 지는 걸 마흔네 번이나 보았다고 한다.

 

어린왕자를 늘 마음속에 품고 사는 나는

슬프거나 기쁘거나 우울하거나 행복하거나 매일매일 해가 질 무렵이면 서쪽하늘을 바라본다.

 

내가 사는 지구는 어린왕자가 사는 소혹성B612호처럼 작지가 않아서 

하루에 한 번 밖에 해지는 걸 볼 수 없고 비가오거나 흐린날에도 볼 수 없지만,

그래도 난 매일매일 해질 무렵이면 오늘은 어떤 빛깔로 노을이 질까 기대를 하며 서쪽하늘을 바라다본다.

 

어느덧 깊어진 가을,

그와 함께 짧아진 해는 내가 퇴근할 무렵이면 서산을 넘어갈 채비를 서두른다.

사무실에서 볼때 해지는 서쪽과는 반대방향에 사는 나는 집으로 걸어 가면서도 누군가 미행이라도 하는양 자꾸만 뒤를 돌아다본다.

  

 

 

 

어떤날엔 공원 벤치에 앉아서,

어떤날엔 마트 옥상에 올라서,

오늘처럼 육교를 건너다가 아름다운 노을을 만나는날엔 어둠이 내릴때까지 육교위에 서서 저녁노을을 바라본다.

 

자연이 그리는 저토록 아름다운 그림앞에서 어찌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림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륵사지 가는길에  (0) 2008.12.01
달맞이  (0) 2008.11.14
장금이  (0) 2008.09.20
하늘 속을 걷는 아이들  (0) 2008.08.18
살다보면  (0) 2008.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