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처럼

목련이 전하는 말

연이♥ 2008. 4. 3. 13:45

 

 

 

  

 

 

 

 

  

 

 

  

안녕하세요~

제이름은 고부시라고 해요.

토종 목련이지요.

 

아, 어째 이름에서 바다 냄새가 난다구요?

맞아요, 제가 태어난 고향이 제주이기도 하고  처음 발견 발견한 사람이 일본인 이어서

제 이름을 고부시라고 지어 세계 식물학계에 보고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유감스럽게 토종이면서도 일본 이름을 갖게 되었어요.

 

  

 

 

 

어때요, 예쁜가요?

정말 나무에 핀 연꽃 같지요?

 

 

 

 

 

 

그렇다면 그냥 목련하고 고부시 목련하고 어떻게 다르냐구요?

사람들이 보통 목련이라고 하는 애들은 모두 중국에서 왔답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 피는 대부분의 백목련 자목련이 일백년전에 중국에서 들어온 애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사실 중국에서 온 목련이 탐스럽긴 하지만 꽃잎을 활짝 뒤로 젖힌 제 맵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에 못지않게 아름답지요.

사람이나 꽃이나 정말 아름다운 것들은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알 수 있거든요.

 

  

 

 

아, 봄날은 너무나 짧아요!

곁에 있는 벚꽃이 아름다운 시절은 이제 자기한테 양보하고 어서 떠나라며 재촉을 하네요.

  

사람들은 제가 지는 모습을 보고 초라하다며 안타까워 하기도 하고 심하게는 너무 지저분해서 싫다고도 하더군요.

어찌 전들 벚꽃처럼 부는 바람에 이리저리 꽃비를 뿌리며 날고 싶지 않고,

동백처럼 뜨거운 열정이 채 식기전에 송이째 툭 지고 싶지 않겠는지요.

 

하지만 제 속살을 보소서,

아직은 바람끝이 시린 이른 봄날에 우윳빛 속살을 열어 온갖 풍파에 시달리다보니

이렇게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지는 신세가 되었답니다.

 

아!

T.S. 엘리엇이 그랬던가요?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는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그 잔인한 사월을 찬란하게 열어준 저 목련은 이제 작별을 고하려 합니다.

아름다운 봄날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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