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처럼

복수초

연이♥ 2008. 2. 19. 14:52

  

 

 

점심을 서둘러 먹고 성지에 갔다.

지난해 이맘때는 사무실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 화단에 목련이 피어 내가 좋아하는 '4월의 노래' 제목을

'2월의 노래'로 바꿔 부른적 있었는데 올겨울은 제법 겨울답다보니 아무래도 봄꽃 소식이 늦을듯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구나 아직은 이 겨울을 떠나보내기 싫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속에 일렁이는 봄바람은 자꾸만 꽃을 피우라하니 이런 내마음 나도 진정 몰르겄다.

 

봄이면 성지를 온통 매화향으로 물들일 갖가지 매화소식도 궁금하고

무엇보다 눈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복수초가 피었을지 궁금해서 나선 걸음이다.

응달엔 언제 내렸는지 기억도 안나는 잔설이 아직 남아있을만큼 올 2월은 제법 겨울스러웠음을 증명한다.

복수초 그 샛노란 앙증스러움을 생각하니 성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치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양 두근두근 콩닥콩닥 설렌다.

 

복수초가 피어났던 그 자리에 가보니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주변엔 지난가을에 떨군 마로니에와 단풍나무 잎이 수북이 쌓여있다.

혹시나 하고 낙엽들을 걷어보지만 낙엽이불을 덮고 연초록 싹을 틔운 풀들은 보이지만 복수초는 없다.

 

버트,

지금껏 한 번도 성지에 꽃구경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적은 없었다.

행여라도 흙을 뚫고 올라오는 꽃들이 있어 밟기라도 할까봐서 화단에 올라서지도 못하고 길가에서 조심스레 보물찾기를 한다.

학교 다닐때 소풍가서 한 번도 보물찾기 쪽지를 찾아본적 없는 나였지만 꼭꼭 숨어 살며시 고개 치켜드는 야생화 찾아내는건 자신 있다.

 

고진감래라 했던가!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내가 너무 심하게 갖다 붙였나? ㅎ

 

이제 막 봉오리를 열기 시작한 한 송이 복수초를 찾았다.

애린 복수초 한 송이가 "나 여기 있어" 수줍은듯 쌩긋 미소짓고 있다.

비단결처럼 보드란 그 살결을 한 번 만져보고 싶었지만 꾹 참는다.

 

 

 

 

 

 

                              

 

 

 

 

 

 

 

 

 

 

* 지난해 같은 장소에 활짝 피어 있던 복수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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