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영화

구만리 장천을 떠도는 구름

연이♥ 2007. 6. 19. 10:22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서로는 구만리 장천을 떠도는 구름이었다. 

 

구름이다가 인연의 바람에 실려 하나가 된 것뿐이었다. 

 

그리하여 빗방울을 떨구게 된다면 그건 인연의 씨일 뿐이었다.

 

서로는 바람이었고, 철새였고, 시작을 달리하여 흐르다가 섞인 물줄기였다. 

 

거기에 불변인것은 인연 뿐이었다. 

 

먼먼 전생으로부터 준비된 인연의 끈은 현생에서 한 매듭을 짓고 다시 길고 긴 후생으로 이어져가는 것이다. 

 

결코 현생의 집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그것을 바랐더라면 애초에 합일을 이루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탐욕이고, 탐욕은 죄업이기 때문이다. 

 

그저 인연의 매듭을 짓고 싶었을 따름이다.

 

순조로이 인연의 실을 꿰고 싶었을 따름이다. 

 

그리하여 육신과 더불어 현생에 머물다가 영혼이 육신의 옷을 벗게되면

 

인연의 수레를 타고 끝 모르는 후생을 살리라 했던 것이다. 

 

그녀는 눈물을 훔쳤다.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 중에서  무녀 소화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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