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영화

신도버린 사람들/나렌드라 자다브

연이♥ 2007. 7. 25. 22:03

 

신의나라 인도...

전세계 인구의 16%를 차지하는 엄청난 인구 대국이면서

3500년 동안 엄격한 신분제도인 카스트가 존재했던 나라이다.

 

1950년 1월 26일, 공화국을 선포하는 인도 헌법은 불가촉천민의 폐지를 선언하였지만

신이 만들었다는 카스트제도인 사성제에도 들지 못하는 아웃카스트 불가촉천민은 여전히

상대방의 이름만으로도 알 수 있기에 사회 각계각층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인도에서 16%를 차지하는 불가촉천민으로 불리웠던 달리트들...

그들과 접촉하는것 만으로도 오염이 된다 하여 접촉이 불가한 천민들,

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카르마의 논리에 세뇌되어 살아왔다.

 

상층 카스트와는 같은 물을 마실수도 없고 사원에도 출입할 수 없으며 미천한 일을 하는 것은

모두 전생의 악업 때문이라고 믿으며 내세에서는 좀 더 나은 삶을 살리란 희망으로 현생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야 했다.

 

<신도버린 사람들>은 불가촉천민 출신인 지은이의 부친이 신분의 굴레와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자신의 고향마을에서 기존의 관습과 제도에 반기를 들고 마을을 떠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지은이의 부친인 다무는 카르마에 의해 자신의 생이 결정되었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의 갈등에 부딪치며 항거한다.  경제적인 궁핍과 사회적인 신분의 벽에 가로막혀 번번히

좌절을 겪으면서도 어떻게든 신분의 속박에서 만큼은 벗어나야 한다는 일념을 버리지 않던 다무는

달리트들의 정신적 지도자인 암베드카르의 신분해방 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된다.

 

불복종,비협력,비폭력의 무저항주의를 내세운 간디가 중심이 되어 인도의 독립운동이 한창이던 때에 

달리트 출신이었던 암베드카르는 나라안에서의 신분제 개혁을 우선시 했는데 그 과정에서 간디와는

힌두교 사회의 신분제에 대한 기본 인식 차이로 대립을 했던 인물이다.

 

마침내 1956년 10월 14일에 암베드카르를 비롯한 달리트 20만명이 힌두교를 버리고 만민평등의 종교인

불교로 개종 함으로써 '신도버린 사람들'인 그들은 '신도 버리는 사람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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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책읽기는 어찌보면 다소 불안정하다.

사무실에서 보는 책과 잠자리에 들기전에 보는 책, 그리고 화장실에서 보는 책이 모두 다르다.

마음은 늘 읽고 싶은 책이 쌓여 있는데 현실에서 독서를 위한 시간 안배가 잘 되지 않다보니

욕심이 앞서기 때문에 이렇듯 불안정한 독서를 하지 않나 싶다.ㅠ.ㅠ

 

<신도버린 사람들>은 사무실용 이었는데 꽤 오래 붙잡고 있었던것 같다.

요즘들어 독서 시간이 많이 줄어든 까닭을 굳이 들추자면 아무래도 블로그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은 탓일게다.

사실 블로그에 사진 올리고 글 몇 줄 올리는 작업은 그다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다른

블로그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저 사무실에선 컴이 아니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늘 컴

앞에 앉아 있어야 하고 틈날때마다 블로그에 올린 사진 들여다보고 하는 시간이 적지 않게 소모되고 있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단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

내 스스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 평하면서도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못하는 이유,

내 영혼이 즐거워 하기 때문이다.

 

<신도버린 사람들>은 예상이 조금 빗나간 책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점이 한결 더 쉬워진 책읽기가 되었다.

많이 어둡고 무거울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우리네 농촌 현실과 크게 다를바 없는 인도 시골마을의 전통과 풍습

그리고 가족이야기가 정감있게 그려져 있어 어린시절 밤이면 엄마가 들려주시던 옛날 이야기를 들을때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마침 화장실용으로 <태백산맥> 다시 읽기 중이어서 비슷한 시기의 인도와 일제강점하 우리 조선의 농촌 현실을

자연스레 비교할 수 밖에 없다보니 화장실에선 매일아침 한숨과 탄식이 절로난다.  그래도 그 시기의 인도 불가촉

천민들은 적어도 하루 세 끼 밥을 굶진 않았으며 마을의 축제에 모두가 들떠서 참여하고 마을에 경사가 있으면 온

마을이 또 다시 축제분위기에 휩싸여 함께 즐거워했다.  하지만 우리네 농촌 현실은 궁핍과 가난 지주로부터의 착취

그리고 전쟁에 미쳐있는 일제의 악랄한 수탈 거기에 이념의 대립까지 그야말로 비참하기가 그지없는 생활을 해야했다.

 

고대 중국의 문헌에 보면 동이족의 풍습에 대해 이렇게 기록하였다.

"나라 안에 큰 모임을 가지고 며칠간 마시고 먹고 노래하며 춤을 춘다.  이를 迎鼓라 한다." 

"항상 시월이면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밤낮 술 마시며 노래하고 춤을 춘다.  이것을 舞天이라 한다."

"늘 오월이면 씨 뿌리기를 마치고 귀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무리가 모여서 노래하고 춤추며 술을 마시는데 밤낮 쉬지 않는다.

 그 춤은 수십명이 함께 일어나 서로 따르며 땅을 밟으면서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고 손발이 서로 응하였다."

"길에 다니는 사람은 밤낮없이 노래부르기를 좋아해서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 백성들은 노래하고 춤추기를 좋아한다.  나라 안 촌락에서는 밤이면 남녀들이 무리로 모여서 서로 노래하고 논다."

 

이처럼 陳壽의 三國志를 비롯 後漢書 등에 여러 기록이 전할만큼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음주가무에 탁월했던 민족이었다.

하지만 오월에 씨앗을 뿌리면서 풍년을 기원하는 축제를 열고 시월이면 풍년을 노래하고 춤추던 흥겨운 모습은 사라지고

추수가 끝나자마자 시작되는 궁핍과 가난으로 참담한 생활을 해야했던 암흑과도 같은 그 시절이 바로 우리네 부모님들께서

몸소 겪었던 그리 멀지 않은 우리네 농촌 현실이었음을...

 

 

 

책속에서...

 

또 한 가지 엄청나게 신나는 일은 마을에서 열리는 자트라(마을의 축제)였다. 

누군가 제물로 잡을 가축을 내놓았고,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몰리는 곳은 고기 카레가 있는 곳이었다. 

그해는 우리 마을이 자트라를 열 차례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트라의 날이 밝았다.  마을 회관인 차바디 근처에 천막을 쳤다. 

활짝 핀 금잔화의 환한 색깔과 상서롭고 푸르른 망고 잎사귀가 어우러져서 잔치 분위기가 절로 느껴진다.

 

다들 신명이 났다. 

그날은 샴카르와 바가바이가 물소를 한마리씩 바치기로 했다. 

샴카르는 작년에 딸이 간질로 고생해서 참회의 의미로 소를 약속했었다. 

바가바이는 9년동안 아이를 갖지 못하다가 마리아이(여신)에게 열심히 기도한 끝에 작년에 임신을 했다. 

 

하지만 바가바이의 남편인 비쿠는 소를 바치는 것을 못내 내키지 않아 했다.  상층 카스트인 마을의 사제는

비쿠에게 아기의 이름을 흙이라는 뜻의 카차루라고 지어야 악귀가 범접을 못해서 아기가 무럭무럭 자란다고 했다. 

비쿠가 바가바이에게 소를 바치지 못하게 하려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격한 말싸움이 벌어졌지만 바가바이는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

 

힘이 좋은 청년들이 그날 잡을 소를 개울로 끌고 내려가 반들반들 윤기가 날 때까지 검은 털을 문질러 닦았다. 

소들은 흙탕물을 떠나기가 싫었는지 청년들이 끌어내려고 하자 완강하게 저항했다.  다른 마을에서 온 악당들은

시작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소를 끌고 마하르와다를 지나는 행렬이 둥둥 울려 대는 커다란 북소리에 맞추어

아이 어른 가릴 것 없이 춤을 추었다.  여자들은 구리 주전자에 기름램프를 켜들고 행렬이 자기 집 앞을 지나가길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소에게 협죽도와 망고 잎사귀로 엮은 목걸이를 걸어 주고 뿔에는 주홍색 물감을 찍었다. 

그러고는 손을 모아 기도하고 소에게 절을 했다.

 

집집마다 마리아이에게 공물로 올릴 과자를 준비했다.  여자들에게는 제일 좋은 옷을 차려 입을 기회였다. 

거의 대부분의 여자들이 이 특별한 날을 맞아 결혼식 때 입었던 사리를 꺼냈다.  그들에게는 가장 값진 보물이었다. 

머리를 단정하게 빗고 꽃으로 장식했다.  여신에게 바칠 과자를 가득 담은 단지는 배가 고프다고 칭얼대는 아이들의

게걸스런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꼭꼭 숨겨 두었다.

 

행렬이 집 앞에 다다르면 모두가 음악과 춤을 곁들여 간절히 여신을 경배했지만 나는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어

처음부터 행렬을 따라다녔다.  이 집 저 집 들러서 우리 집 차례가 되지 앞질러 달려가 가족들에게 어서 나오라고 성화를

부렸다. 

 

물소를 잡는 데에는 님바 마하르를 따라갈 사람이 없었다.  님바 마하르는 웃통을 벗어부치고 도티를 가랑이 사이에

낀 채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칼날을 확인하려는 듯이 손으로 슬쩍 문질렀다.  합장을 하고 마리아이 앞에서 절을 한 후

천둥 같은 목소리로 있는 힘껏 소리쳤다.  "마리아이 키 자이!"  ..............

 

                                                                           본문 중에 나오는 마을 축제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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