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처럼

감꽃이 지는 계절...

연이♥ 2007. 5. 25. 11:18

 

 

 

 

 

감꽃을 보면...

엄마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감꽃처럼 뽀얀 피부를 가진 엄마는 예나 지금이나 감을 참 좋아하신다.

 

내 어릴적 고향집엔 감나무가 많았다.

모두 엄마가 고욤나무 가지를 꺾어 감나무 가지에 접붙여 기른 나무들이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감꽃이 뒷마당에 떨어지면 그걸 주워서

목걸이도 만들고 소꿉놀이 하면서 간식으로 먹기도 했었다.

내 어린날의 여름은 언제나 감꽃 지는 소리와 함게 시작되었다.

 

사과꽃에선 사과향기가 나고

대추꽃에선 대추향기가 나듯이

감꽃을 먹으면 약간 떫은듯 하면서도 달콤한 감맛이 난다.

 

언제부턴가 꽃에게서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

흔히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지만 나는 꽃을 보면서

또는 향기를 맡으면서 보고싶은 사람들의 얼굴을 그려보는걸 더 좋아한다.

 

꽃을 보면서...

나도 꽃이 되어 대화를 나누면서...

누군가를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다는것...

꽃들에게 늘 고마운 이유이기도 하다.^^

 

 

 

 

  

 

 

부는 바람에 작고 통통한 감꽃들이 통~ 소리를내며 떨어진다.

그 소리가 어찌나 경쾌하던지 잠시 음악인양 귀기울여 보았다.

 

발옆에서도 통~ 

내 머리위에서도 통~

 

방금 떨어진 감꽃을 하나 주워 먹어보니

떨떠름 하면서도 달콤하고 아련함이 배어있는

어린시절에 먹었던 그 맛이랑 똑같다.

 

어제 내린 비로 감나무잎이 반짝반짝 빛이나는 여름의 길목에서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지는 감꽃을 먹으며 잠깐의 행복을 만들어봤다.^^

 

 

 

 

감나무 아래엔 나도 좀 봐달라며 메꽃이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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