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이야기

꽃과 보리

연이♥ 2019. 4. 12. 15:33

 

 

 

 

 

 

 

 

 

 

 

 

 

<끈>

 

매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꽃 핀 곳에서


유기견 보리를 멈춰 세우고 사진을 찍을 때


호응할 줄 모르는 녀석에게 핀잔을 준다.

 

야, 너는 꽃 피는 것도 모르고 뭐하니?


세상 일어난 일도 대체 알지 못하고


땅에 코 박고 암캐 오줌 냄새만 킁킁대니?

 

냄새의 길을 찾는 너와 꽃길을 이어가는 나


그 사이 넘나들지 못하고 벽을 따라 가는 고역의 길


서로를 향한 몰이해와 연민이 하나의 끈에 엮였다.

 

- 보리선생님 作-

 

 

 

 

 

보리야~

 꽃구경도 좀 하면서 쉬엄쉬엄 걷자~~~

 

그러거나 말거나~~~

선생님의 시처럼 그저,

땅만 바라보고 킁킁대며 달려가는 녀석이다

 

 

 

 

 

 

 

 

이 순간, 함께 길을 걷고 있는 너와나,

저기, 저 할매들처럼 꽃이 이쁘다면서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고,

길가에, 무덤가에 낮게 피어 있는 민들레랑 

제비꽃이랑 눈맞춤하면 얼마나 좋겠냐만,

꽃피는 봄날의 호사를 즐기는건 오롯이 나 혼자만의 것으로...

 

 

 

 

 

ㅡ 여기에 강아지 두 마리 살았었는데 통 안보이데?

ㅡ 어디로 나간 모양이지...

ㅡ 저기에 개집도 있는데 강아지들이 안보인지 몇 달 된거같어

ㅡ 개집을 누가 덮어놨네...

 

 

산책을 마치고 보리를 다시 묶어두고 돌아오는길..

예전에 망고와 보리가 살던 곳을 산책하시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망고와 보리 이야기를 하면서 지나가신다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아직 망고는 살아있었다

 

 

 

 

 

레프 톨스토이는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고 말했던가....

지금의 내가 보리에게 연민과 애정을 가지고

매일 산책을 시키고 하루 한 끼일지언정

 끼니를 챙기는것 또한 사랑일 것이다

 

하지만 법정스님의 무소유의 관점에서 본다면

보리에 대한 애착이 나의 삶을 구속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분명한건,

나의 삶에 보리가 없었다면 근처 공원과 숲, 골목길에

그토록 많은 매화, 살구꽃, 벚꽃, 자두꽃, 복숭아꽃, 앵두꽃이

피는줄을 지난 세월처럼 여전히 몰랐을 것이고,

하루하루 춘곤증과 씨름하며 나른하게 보냈을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강물과도 같아서 

어느 때 어떤 인연을 만날지 알 수 없고,

삶의 중심은 크게 변하지 않겠지만 강물이 흘러가듯

음의 흐름을 따라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면,

그러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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