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여유롭게..

연이♥ 2014. 8. 15. 23:26

태풍따라 왔다가 미처 떠나지 못하고 여름을 당황스럽게 만든 선선한 바람은 아직은 성급하지만 조심스럽게 가을을 얘기해본다.

벌써, 여름이면 맥을 못추던 이내몸에도 기운이 생겨난다.

고르지 않은 일기를 개의치 않고 일단 길을 나서본다.

 

이것은 정녕 낙엽이더란 말이냐..

걷기에 부담없는 기온이다.

불과 몇 달전에 봄이 실종됐다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이젠 여름 실종신고를 내야할까보다.

 

 

이름도 예쁜 다리를 건너는데 계곡에 부는 바람이 정말 상쾌했다.

 

내변산 산행을 하면서 폭설이 내린 어느해 겨울 빼곤 아직까지 한 번도 직소폭포를 거치지 않은 적이 없건만

오늘은 갈림길에서 미련없이(?) 폭포를 버리고 월명암을 지나 남여치 통제소로 하산하리라 맘먹고 방향을 잡았다.

이틀 동안 많은 비가 내려서 지금쯤 폭포가 장관일거라는 생각은 아주 잠시만 하고..ㅎ

 

등산객의 배낭이 열리기만 학수고대 하던 녀석들..

꼬리를 열심히 팔랑거려보지만 배낭에서 꺼낸건 딸랑 천도복숭아 두개뿐이어서 괜시리 미안해하는 등산객들..

내 배낭속에도 딸랑 물밖에 없고..ㅎ

 

흐린 날씨는 달맞이 명소인 월명암 대웅전 마당에서 바라보는 절경을 내게 열어주지 않고..

 

참 정겨운 이정표..

참 멋진 우리글..

참 예쁜 글씨..

 

붉노랑 상사화

 

월명암을 지나 남여치 통제소 가는길엔 다양한 모양의 버섯들이 우후죽순처럼 솟아 있다.

나홀로 산행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역시 자유로움이다.

눈에 띄는 꽃들마다 안녕~ 눈맞추고,

오늘처럼 버섯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 시간가는줄 모르고 해찰을 해도 길을 재촉하는이 없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땅에서 솟은 쵸콜릿? ㅎ    

 

                                                                   요건 크런키 쵸콜릿

 

하얗고 부드러운게 갓 쪄낸 찐빵처럼 생겼다        

  배가 고팠나? 어째 버섯들이 죄다 먹을거로 보이는겨?

이건 잘 구워진 컵케잌 같다는~ㅋ

 

 

 세발버섯 

                           

 달걀버섯

복어배처럼 생긴 이 버섯은 크기도 다양해서 접시만한 것도 있더라는~

 

 

산을 내려온 뒤에도 한참을 걸었다

참깨수확을 하는 할머니도 지나치고,

논에 약을 치는 아저씨도 지나치고,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는 아주머니도 지나치고..

 

동행이 없어 나의 입은 몇 시간 동안 말 한마디 못했지만

동행이 없기에 나의 눈과 가슴과 발걸음은 자유로움을 한껏 누린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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