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들

연휴일기

연이♥ 2014. 5. 6. 12:27

 

★ 5월 1일, 두연군과 계룡산

 

▲ 천정골탐방센터-큰배재-남매탑-삼불봉-자연성능-관음봉-은선폭포-동학사(총산행거리 9.5km, 5시간 정도 소요)

 

오월의 첫날 메이데이를 맞아 대전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두연군과 계룡산엘 다녀왔다.

오전 10시에 동학사 주차장에서 두연군을 만나기로 하고 새벽에 일어나 김밥을 싸고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선다.두연군과는 고2때 지리산길을 걸은 이후로 5년만의 산행이다.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니 시간 지나가는 소리가 휙휙 들리는듯 하다. 

  

 

여전히 정다운 오누이..

 

 

 

 

바위는 꽃을 피우고..

 

 

 

나무들은 골짜기마다 연초록 향연을 벌이고..

 

비탈에도 어김없이 꽃이 피고..

  

진달래능선이라고도 불리는 자연성능엔 싱그런 봄빛이 가득하다.

 

 

                                           

 

 

 

 

 

 

 

 

 

★ 5월 3일, 장금이랑 아침산책

꽃이 자주색이면 감자도 자주색이라는 시처럼 정말로 이 감자는 자주색 감자일까?

 

 

 

★5월 5일, 우연군과 지리산

 

▲  지리산 서북능선 종주: 성삼재-만복대-정령치-세걸산-팔랑치-바래봉삼거리-운봉마을(총 산행거리 21km, 9시간 소요)

 

연휴에 내려갈테니 지리산에 가자는 우연군의 카톡 문자에 걱정과 설렘이 교차한다.

지난해 추석연휴때부터 우연군과 산행 계획을 세우기만 하면 전날 안좋은 일이 생겨 산행을 하지 못하는 징크스가 생겼기 때문.

지리산 어느 골짜기에 들어 이 소중한 시간의 행복을 맘껏 누릴까 고민을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는 징크스가 자꾸만 불안하게 한다.

징크스라는것도 결국은 우리네 나약한 마음이 만들어낸 기우에 불과한 것임을..

 

그리하여 이번 산행으로 이제 막 똬리를 틀고 있는 징크스 하나를 깨보리라 맘먹고 두연군과 마찬가지로 몇 해 동안 산행을 안했을,

더욱이 체중이 몇 달새 10키로 이상 늘어난 우연군에게는 다소 버거울 산행 계획을 세웠다.

 

이번 산행의 포인트는 지리산 주봉을 질리도록 바라보며 걷는 것..

 

 

성삼재 주차장은 이른 아침부터 만차여서 주변 도로가 주차장이 되어버린 상태..

 

구례터미널에서 8시 40분에 출발하는 성삼재행 버스를 타고 지리산으로 간다.

버스에서 내려 지리산에 첫 발을 딛는 순간 오랜만에 마주하는 차가운 바람에 손도 얼굴도 깜짝 놀란다.

지리산 위쪽의 봄은 느리게, 아주 느리게 찾아온다는 사실을 깜박했다.

에고 추워라~

 

 

 

산행을 시작한지 30여분 지났을까?

아담한 고리봉 표지석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천왕봉의 연인 반야봉(1,732m)을 바라보며 지나가는중..ㅎ

성삼재는 이미 시야에서 벗어나고..

두연군 말대로 렌즈가 분명 고장이 난듯하다.

그것도 아주 아닌척 교묘하게..ㅠ

 

 

저곳이 지리산 가을 억새산행지로 유명한 만복대

 

 

이번에 우연군이 가고 싶었던 지리산은 정녕 이런게 아니었다.

뱀사골 계곡 트레킹과 천년송 할머니 품에 안겨 힐링의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서북능선 봉우리 가운데 최고봉인 만복대 인증샷..

 

 

 

 

까마귀들의 멋진 비행

높은 산에서 만나는 까마귀들의 울음소리가 나는 왜그리 좋은거냐..

 

 

정령치에서 남원 방면으로 내려가는 구불길..

 

 

 

 

 

 

 

 

 

이번 산행내내 가장 많이 만난꽃은 얼레지처녀로 보통은 3월 중순경에 개화해서

4월 중순쯤이면 대개 자취를 감추는데 지리산 서북능선 전구간에 걸쳐 이제서야 한창이다.

하긴 진달래가 전날밤 내린 비로 이제서야 지고 있었으니..

얼레지 못지않게 많이 피어 있던 노랑제비꽃은 신기하게도 정령치를 기점으로 더이상 보이지를 않는다.

근육질의 잘생긴 남자배우처럼 멋진 지리산 주봉을 바라보는 감동 못지않게 산행내내 방긋방긋 웃어주던

얼레지와 제비꽃들과의 눈맞춤도 적잖은 즐거움이다.

 

 

 

노고단을 바라보며 걷기 시작한지 7시간여만에 천왕봉을 마주하고 걷는다.

 

 

산행내내 쉬지 않고 부는 지리산의 바람..

 

 

 

 

 

 

 

 

지리산 철쭉의 대명사인 바래봉보다 더 많은 철쭉이 산재한 팔랑치엔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철쭉들로 온통 붉은물이 들었다.

만개하려면 앞으로도 열흘 정도는 더 있어야할듯 싶다.

낮동안 붉은 꽃만큼이나 많은 이들이 지나갔을 이 길에 저무는 햇살을 받은 긴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천왕봉을 한 번 더 바라보고..

 

 

지칠대로 지친 우연군의 걸음이 자꾸만 느려진다.

앞장서서 걷다가 한참씩 기다려주는 엄마에게 다리 안아프냐고 묻는다.

다리는 괜찮은데 산길이 아닌 딱딱한 길을 걸으려니 발바닥이 조금 아프다 했더니 어떻게 그럴수가 있냐 그런다.

녀석, 군대에서 40km 야간행군도 해봤으면서 엄살은..

 

정오가 지났는데 우연군은 아직도 꿈속이다.

그래도 싫은 내색 하지않고 밝은 표정으로 함께해줘서 정말 고맙다..

그리고 힐링의 지리산을 꿈꿨는데 발바닥에 물집이 생길만큼 혹독한 산행을 하게 해서 살짝 미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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