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처럼

공터에서

연이♥ 2010. 10. 14. 12:46

우체국 가는길에 꽤 넓은 공터가 있다.

지난해 까지만해도 그곳은 공터가 아닌 '도심속 전원주택' 이었는데 

도심속 전원주택 생활이 도시생활도 아니요, 시골생활도 아니었던지(물론 이건 내멋대로의 추측이다)

어느날 갑자기 살던 사람이 이사를 가버리고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건물은 새 땅 주인에 의해 모두 헐리고 말았다.

 

측백나무 울타리를 친 그 집엔 계절별로 온갖 꽃들이 피어나고 손수 재배한 온갖 먹거리들이 가득해서,

우체국에 갈때마다 그집앞을 지날때면 낮은 대문 너머로 보이는 꽃과 채소들을 구경하곤 했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자리에 원룸을 지을거라고 하더니 집이 헐린지 1년이 다 되도록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이제 그곳에는 잡초가 우거지고 양심없는 사람들이 밤에 몰래 버린 쓰레기는 공터 한 켠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그런 그곳에, 지나치면서 언듯 바라보면 잡초만이 무성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잡초 사이로 어여쁜 꽃들이 피어 그네들만의 꽃밭을 만들어 놓았다.

 

 

 

둥근잎유홍초

 

아기나팔꽃

 

나팔속에 등불하나 밝혀놓았다네~

 

명아주꽃

 

개여뀌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며느리배꼽 열매

 

까마중(어릴적에 많이 따먹었던 열매)

 

말랑말랑 자리공 열매도 까맣게 익었다 

 

 

박주가리(생김새랑 이름이 불가사리랑 비슷하다)

 

겉모습은 여주를 닮고, 속은 수세미처럼 생긴 박주가리 열매

 

달개비

  

우체국 가는길에 공터에서 보물찾기 하느라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2392

 

시크릿가든의 '봄의 세레나데'를 듣는데 자꾸만 김동규,

조수미씨가 부른'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가사가 흥얼거려진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애잔한 선율의 봄노래가 가사 몇 마디로 탁 트인 가을하늘의 맑은 공기가 느껴지는 가을노래로 바뀌었다.

시월이 되면 주야장천 들어도 기분 좋은 노래, 오늘은 왠지 시크릿 가든의 연주로 듣고 싶어 골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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