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부여기행

연이♥ 2009. 3. 14. 22:17

◎ 정림사지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제9호)

 

 

 

부여,

그동안 차 없이는 못가는 곳으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운전을 안한지가 벌써 몇 해째 되다보니 이제는 차 없이도 가지 못하는 곳은 없다.

그토록 멀게만 느껴졌던 부여를 논산까지 기차를 타고 30분, 논산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25분이면 갈 수 있는 곳임을 왜 이제서야 알았던고!

 

백제고도 부여는 시내 곳곳에 유적지가 산재한데다 그 면적이 그리 넓지 않아서 걸어서도 충분히 답사가 가능한 곳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유적지들이 터미널을 기점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어서 처음 답사를 시도하는 이들도 큰 불편이 없이

온 시내를 활보하고 다닐 수 있을 정도다.

 

집을 나선지 두 시간여만에 리모델링 공사중인 부여터미널에 내린 나는 오늘의 첫 답사코스로 정림사지를 먼저 찾았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정림사지 탑을 처음 만나던 때의 감동을 아직 생생히 기억하는 내게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4년 전에 왔을때만해도 박물관이 없었는데 탑 동쪽으로 조금 높은 곳에 단층으로된 한옥의 '정림사지 박물관'이 개관을 한 상태다.

 

내가 정림사지에 들어섰을 때는 마침 버스 한 대 숫자의 어린이 답사팀이 탑앞에서 진지하게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썰물처럼 모두 빠져나갈 친구들이기에 우선 멀찌감치 떨어져서 장중하면서도 세련된 정림사지탑과 눈을 맞춘 뒤,

아이들이 빠져나간 탑앞에 서서 두 손을 모으고 탑돌이를 한다.

 

 

 

 

 

 

 

◎ 궁남지

 

 

 

지난 여름내내 진한 꽃향기를 날리며 수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했던 영화를 뒤로 한채 긴긴 겨울을 견디어낸 궁남지 연못가의 버드나무에도 봄물이 오르고 있다.

 

 

 

  

 

 

 

오리날다~

오리들과 숨바꼭질 하느라 30분 넘게 거센 바람을 맞으면서도 추운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반가웠어, 오리들아!

 

 

 

◎ 국립부여박물관

  

 

 

 

 

 

 

 

 

 박물관 마당 곳곳에 전시된 석물들

 

  

 

 

 부여박물관 속의 익산 스페셜이다.^^

 

 

 

 

백제금동대향로(국보제287호)

 

 

백제예술혼의 결정체 금동대향로!

부여가 나를 그토록 강렬하게 끌어당겼던 유혹이 바로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부여에는 몇 차례 다녀왔지만 매번 충분치 못한 시간을 핑계로 박물관엘 가지 못했었다.

철통보안을 요하는 보물이다보니 전시관 유리가 엄청시리 두꺼웠던지 아무리 예쁘게 사진을 찍어보려해도 촛점이 맞지를 않는다.

언젠가 익산 보석박물관에 전시된 20억짜리 보석꽃을 찍을때도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래도 그때는 몇 컷 성공했지만 귀하디귀하신 

몸께선 끝내 온전한 모습으로 찍히는걸 거부하신다. 

 

비록,

사진으로 그 멋진 모습을 담아내진 못했지만 그토록 보고 싶었던 금동대향로를 직접 보았음에 충분히 만족한다.

 

 

 

◎ 신동엽 생가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과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신동엽 시인의 생가는 한때 남의 소유였던 것을 시인의 미망인 인병선 시인이 다시 구입해서 보존하고 있는 상태다.

마당이 좁은 시인의 생가 마루에는 마침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녀학생 세 명이(답사를 온것 같지는 않다) 편안한 자세로 앉아 따사로운 봄날의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가 워낙 커서 오래 머무르지는 않았지만 그렇게나마 나는 오늘 한번쯤 꼭 가보고 싶었던 시인의 생가에서 시인의 흔적을 만나고 왔다.

 

 

 

◎ 부소산성

 

 

많이 걸었다.

부소산성을 끝으로 오늘의 답사를 마쳐야겠다 생각하고 부소산에 들어서는데 다리가 뻐근하다.

 

 

 

부소산에 부는 솔바람이 그지없이 상쾌하다

 

 

낙화암에서 바라보는 금강(백마강)...

 

부소산은 산이 높지 않고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사계절 어느때라도 산책을 하기에 참 좋은 곳이다.

부소산성을 한바퀴 거니는걸 끝으로 오늘의 부여답사를 마친다.

 

오늘,

봄날같지 않게 쾌청한날에 나홀로 답사를 다녀왔다.

생각건대, 답사여행은 역시 혼자 다니는게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