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겨울 내소사

연이♥ 2009. 1. 24. 19:55

 

설연휴 첫날,  새벽부터 눈이 내린다.

서해안 지방엔 폭설이 내리고 있다 한다.

나의 세 남자는 새벽 단꿈에 빠져있건만 서해안 지방에 내린다는 폭설을 만나고 싶은 나는

아침밥을 지으면서 배낭을 꾸리느라 몹시도 분주하다.

 

현관문 닫히는 소리에 잠이 깼던지 터미널 가는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두연이에게서 전화가 온다.

날씨가 이렇듯 사나운데 꼭 가야겠냐고, 그냥 돌아오면 안되겠냐고 하기에 위험한곳엔 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눈쌓인 선운산 도솔암 마애불을 만나고 싶어서 나선 길,

직행버스를 타고 고창까지 가려면 몇 군데를 경유하다보니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김제에서 5분 가량 쉬었다가 출발한 버스는 20분 뒤 부안터미널에 도착해 또 한참을 쉰다.

부안까지 가는 동안에 세찬 바람과 함께 내리던 눈이 부안터미널에 도착할 무렵에는 모두 그치고 하늘마저 푸르다.

그 파란하늘이 좋기도 하고 행여 쌓인 눈이 녹기라도 할까봐 조급해진 마음에 고창 가는 표를 내고 부안에서 내렸다.

 

터미널앞 사거리에서 내소사 가는 버스는 30분에 한 대 꼴로 있다보니 그만하면 교통이 편리한 편이지만

부안읍내에서 농어촌 버스를 타고 내소사까지 가는데는 꼬박 한 시간이 걸릴만큼 내 조급한 마음과는 아랑곳 없이

아름다운 능가산에 자리한 내소사는 그렇게 멀리에 있다.

 

 

 

 

오늘 서해안 지방에 내리는 눈은 게릴라성 폭설이라 해야겠다.

내소사행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앞이 안보일 정도로 세찬 눈보라가 휘몰아치다가도 금세 하늘이 트이고 햇살이 쨍 하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어쨌거나 차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그대로 그림이다.

 

 

 

지난 여름의 땀방울과 시름을 식히느라 살짝 언 소금밭위로도 하얀눈이 소복이 쌓여있다.

 

 

 

 

드디어 내소사에 도착했다.

부안터미널에서 농어촌버스를 같이 탔던 청년이 뒤따라 오면서 내소사에서 직소폭포 가는길을 아느냐고 묻는다.

직소폭포 가는길이야 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곳이니 내 어찌 모르겠는가!

다만, 오늘처럼 폭설이 내린날엔 입산금지여서 산행을 할수가 없을거라고 했다.

아닌게아니라 매표소가 나오기도 전에 국립공원 관리소 직원이 등산복 차림의 우리(ㅎ)를 보고 입산금지라며 제지를 한다.

그냥 내소사만 들어갔다 나올거라며 매표를 하고 하얀 눈과 어우러져 받들어총 자세로 쭉쭉 뻗은 초록의 전나무들이 길게 도열한 숲길로 들어섰다.

 

 

 

부지런한 진사들께선 벌써 사진을 찍고 돌아가는 중이다.

 

 

 

천안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다가 눈이 너무 많이 내려 부안에서 이틀째 머무르고 있다던 청년은

내소사 대웅전이 어디냐며 일주문에서부터 묻기 시작하더니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한다.

 

 

 

 

 

  

  

요사채 옆 산수유 나무 한 그루,

새콤한 산수유 그 빨간 열매가 가득 달려있다.

 

 

  

 

내소사를 나와 먼길을 되돌아 그냥 집으로 가기엔 너무도 아쉬워 아직 한 번도 올라보지 않은 코스로 불법 산행을 감행하기로 한다.

눈쌓인 등산로에 첫발자욱을 남기며 나홀로 산을 오르는 짜릿함을 뭐라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산을 조금 오르다보니 시야가 트이면서 바다가 보인다.

 

 

 

지팡이를 의지해가며 산을 오르는데 복병을 만났다.

작은 언덕같은 바위가 떡 버티고 있어 도저히 넘어갈수가 없다.

바위에도 분명 길이 있을진대 쌓인 눈때문에 어디가 길인지 알길이 없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불귀의 객이 되기는 싫은지라 하산을 하기로 결정했다.

 

 

 

바위 중간쯤에서 바라보니 저 아래 내소사 부도밭도 보이고 내변산 아름다운 자태도 보이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꽃피는 봄에 다시 오리라 맘먹고 하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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