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소풍

연이♥ 2018. 4. 20. 12:38


직장에서 20년 장기근속 포상으로 3일간의 휴가와 금일봉을 받았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다니기 시작한것이 어느덧 21년째다

나의 30대의 대부분과 40대를 지나 어느덧 오십 중반에 다다르기까지 21년의 세월은,

내 나이를 생각하면 참으로 긴 시간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세월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 여겼던 산행과 답사를 올스톱한지 벌써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삶이란 주어진 정답이 없기에 스스로에게 선물을 챙겨주던 그 시간이 또 다른 일상으로 이어지면서,

나보다는 내 주변을 좀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니 남들이 보기에 정체되고 따분해 보일수도 있는 지금의 삶 역시 내겐 소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닷없이 주어진 3일간의 휴가는 내안에서 숨죽이고 있던 방랑세포들을 일거에 깨워버린다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가야하나? 어딜가지?


선암매를 검색해본다...........꽃이 다 졌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터라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운주사 교통편을 검색했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교통편이 좋다


★대중교통으로 익산에서 화순 운주사 가기

익산-광주 직행(1시간 30분 소요)

광주 광천터미널-운주사 시내버스(218번은 1시간 30분, 318번은 1시간 10분 소요)


오전 11시 20분경에 운주사에 도착했다

빛이 너무 밝아서 사진 찍기에는 가장 부적합한 한낮에(11시 20분부터 2시 20분까지) 운주사지에 산재한 100여구의 석불과

21기의 탑을 보기위해 삼면으로 둘러싸인 동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니 따사로운 봄날에 땀을 제법 흘렸다


빠트리지 않고 모두 보고 온건지 모르겠지만 다음을 또 기약하면서 찍은 순서대로 사진을 올려본다




운주사 9층석탑(보물제796호) 

일주문을 지나 걷다보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이 탑이

아무래도 운주사의 메인탑이 아닐까 싶다




쌍교차문 칠층석탑(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77호)




광배석불좌상(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74호)



석조불감앞 칠층석탑(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78호)



석조불감(보물제797호)


 

석조불감 내부에 있는 광배석불좌상은 등을 맞대고서 남쪽과 북쪽을 바라보는 쌍배불상이다




원형 다층석탑(보물제798호)



발형다층석탑(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82호)



석불군 마


    



마애여래좌상(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75호)



불사바위에서 내려다본 운주사 전경...

불사바위는 도선국사가 이곳에 앉아 운주사 천불천탑의

공사를 감독했다는 전설이 있는 바위다






출근을 했더라면 어김없이 정오가 되어 점심을 먹었을텐데

모처럼의 답사에 신이 나다보니 배고픈줄도 모르겠다

다소 늦은 점심을 불경스럽게도 탑의 기단부 받침돌에 앉아,

눈부시게 찬란한 봄햇살을 받으며 맛있게 먹었다






거북바위 교차문 칠층석탑(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79호)



거북바위 오층석탑(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256호)


점심을 먹고 대웅전 마당을 지나 서쪽 언덕으로 오르다가 만난 탑이다

지금 운주사 경내는 여전히 발굴이 진행형인건지

곳곳에서 공사중이어서 여기저기 파헤쳐진 곳도 많고,

이곳 거북바위에도 무언가 시설을 설치하려는 듯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철재구조물을 들고서 계단을 힘겹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기다려주면서 몇 장의 사진을 찍고서

운주사에서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와불을 친견하러 갔다






운주사 와형 석조여래불(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73호)


낮은 산 정상에 있는 두 구의 석불은 머리를 남쪽으로 향하고 있다

평평하지 않은 넓은 바위에 새긴 석불의 머리부분이 낮아서 누워 계시기에 몹시 불편해 보인다

누워계신 부처님만 불편한게 아니라 커다란 석불을 제대로 감상하고 사진을 찍기에도 몹시 불편하다

남쪽과 서쪽 방면에 좀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볼 수 있도록 시설물을 설치하면 참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석불군 바(서쪽 산기슭)



와불을 친견한 뒤에는 서쪽 산을 내려와 다시 동편으로 건너갔다




석불군 다(동편)



석불군 라


처음에 들어올때 역광이어서 아직 불상군에 햇살이 들지 않아 뒤로 미루었는데

해가 동쪽을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흠.....

건너편에서 바라보니 와불이 있는 근처에 못보고 지나친 석불입상도 보이고

왼편으로는 널따란 바위 옆에 칠층석탑도 보인다







칠성바위앞 칠층석탑(전라남도유형문화재 제281호)


2시 30분 버스를 탈 예정이었기에 마음이 급했지만

빠트린걸 알고서도 그냥 지나칠순 없어 다시 서쪽으로 건너가

부랴부랴 사진부터 찍었다

감상은 사진을 보면서 하는걸로...

30분 정도만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좋았을것을.......



석불군 나



석불군 가



사진으로 너무나 익숙한 곳이었기에

처음인데도 전혀 낯설지 않았던 운주사...


백문이불여일견이라 했던가!

사진으로 익숙한 곳이긴해도

실물을 앞에 두고 직접 볼때의 시선이 다르고

감동 또한 분명 다르다

비록 짧은 동선이었지만 한꺼번에 백여 구의 불상과

수십 기의 탑을 다 둘러보기에 세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마지막으로 운주사 메인 탑 한 번 더 보고서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운주사입구 버스정류장 앞 들판에는 청보리가 초록물결을 이루고

마을의 수호신과도 같은 수령 310세의 느티나무 고목엔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고 있었다


2년전 이맘때 장흥 보림사로 다녀온 봄소풍이 오버랩되는

또 한 번의 아름다운 봄날에 나홀로 소풍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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