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사과밭에서

연이♥ 2012. 9. 2. 13:30

이른 새벽,부산하게 아침밥을 짓는다.

 

바람의 태풍 '볼라벤'과 비태풍 '덴빈'이 지나간 후,태풍의 직접영향권아래 들었던 과수농가들의 피해가 막대하다.

내고향 장수에 있는 언니네 사과밭 역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태풍이 상륙하기 일주일전만해도 올해 사과가

대풍이라며 추석때 과일값이 쌀거라는 뉴스가 나왔었는데농사는 역시 하늘의 도움없이는 안되는가보다.  

 

올여름 유난히도 더웠는데...

전주와 장수를 오가며 언니부부가 그동안 들였을 정성과 시간을 생각하면 그저 안타깝다.

언니는 일주일에 두 번 호스피스 자원봉사를 다니면서, 형부는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주말에 휴식을 반납한채

지은 농사이다.

 

 전주에서 언니부부와 만나 장수 사과밭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9시,

해발고도가 높은 장수에는 그제서야 산허리를 휘감았던 안개가 승천하는 중이었다.

나무에서 금방 딴 사과 하나를 맛있게 먹고서 곧장 일을 시작했다.

 

이쪽만보면 빨간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있는게 그다지 큰 피해를 입은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곳은 50% 정도의 낙과피해를 입었다 한다.

 

 

하지만 이곳은 달려있는 사과가 거의 없다.

낙과율이 90% 가까이 된다고 한다.

낙과는 이미 출하가 된 상태였는데 10kg당 7,000원씩 받았다고 한다.

낙과피해 과수농가를 돕자며 서울의 대형할인마트에서 그다지 저렴하지 않은 가격임에도 

낙과가 불티나게 팔렸다고 하는 뉴스를 보았다.

하.지.만 역시 산지가격과 소비자가 대하는 가격에는 차이가 크다.

 

사과농사 몇 해만에 촌부가 다 된 언니,잠시 사과나무 그늘아래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언니는 하도 여리여리해서 자랄때 맏이인데도 엄마아빠가 집안일도 시키지 않았었다.

언니에 비해 덩치가 크고 공부는 못했던 내가 청소며 빨래같은 집안일을 도왔다.ㅎ

 

 

 

 

 

달콤한 사과향기 날리는 언덕에는 어여쁜 풀꽃들이 피어있고...주중에 언니 홀로 사과밭을 드나들며 이 작은 풀꽃들에게서 적지 않은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 언니, 저긴 왜저래?- 3년된 인삼밭인데 이번 태풍에 모두 쓸려가 버렸다- ...

 

언니 부부를 도와 내가 한 일은 남아있는 사과에 햇빛이 잘 들 수 있도록 주변 잎사귀들을 따내 주고,

사과가 골고루 예쁜 빛깔로 익을 수 있도록 바닥에 은박지를 깔아주는 작업을 했다.

 

설상가상으로 남아있는 사과에는 탄저병이 생겨 일하면서 따낸 사과만해도 열 상자 이상은 될 듯 싶다.

더욱이 초보일꾼인 나의 서투른 손놀림은 바람에 시달려 힘이 빠진 사과들을 툭툭 떨어지게 만들었으니...ㅠ

우리 형부, 밭에만 들어섰다하면 평소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 되어버린다.

어찌그리 일을 잘하시는지 형부 역시 농부가 다된듯하다.ㅎ 

 

잎을 따주고 은박지를 깔아주니 제법 그럴듯한 그림이 나왔다.

 

보험회사에서 지난 유월에 달아놓았다는 분홍리본.

풍수해보험에 가입하게 되면 저렇듯 표본을 선정해 과일의 갯수를 적어 두었다가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 발생 시,

70%까지 보상을 해준다고 한다. 언니 말에 의하면, 희한하게도 리본이 달린 나무의 사과는 그.다.지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ㅎ

 

이제 며칠 있으면 은박지에 비친 사과 빛깔도 빨갛게 익어가리라~

 

시원찮은 일꾼 연이네 하루 일당으로 가져온 탄저 사과~

깨끗이 씻어 까만 부분을 도려내고 김치냉장고에 차곡차곡 쌓아두면 몇 달을 두고 먹을 수 있다.

생긴건 이래도 맛은 끝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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