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음악

가을

연이♥ 2008. 10. 15. 11:02

 

가을은 언제나 농촌의 풍요로운 들판을 먼저 떠올리게 합니다.

도시에서 바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을은 어쩌면 스산한 가을바람 만큼이나 공허를 안겨주는 계절일지도 모릅니다.

농촌의 가을은 봄에 뿌린 씨앗이 결실을 맺는 계절이지만 도시에서의 가을은 제대로 이룬 것도 없이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는

생각에 괜시리 가슴시린 계절이기도 하지요.

 

더욱이 요즘처럼 들려오는 소식마다 암담하고 답답한 소식뿐인 총체적 난국의 시대에 맞는 가을은 그래서 더욱 쓸쓸합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농촌인들 그저 수확의 기쁨만 있을까만 그래도 겉으로 보이는 농촌의 가을은 여전히 풍요롭기에 이 가을,

눈부신 햇살만큼이나 따스한 위로를 받습니다.

  

  

 

  

 

 

 

 

 

 

 

 

향수(鄕愁) 


                    정지용 시

                   김희갑 곡

                                 이동원, 박인수 노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이 노래를 들으면,

고려의 시인 김황원(金煌元)이 평양의 부벽루에 올라 

시 한 구절을 읊고는 다음 구절이 생각나지 않아서 미완으로 남겨둔 채

붓을 꺾고 말았다는 바로 그 전설적인 싯구가 입안을 맴돕니다.

 

長江一面溶溶水  大野東頭點點山

긴 성 한 쪽으로는 늠실늠실 강물이요,

넓은 들 동쪽 머리엔 띄엄띄엄 산들일세

 

 

(사족을 붙이자면, 정시인이 분명 김황원의 '미완의 시'를 표절했을거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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