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3월의 일기

연이♥ 2018. 3. 28. 21:42






★ 오동도(3.10)

친정아버지께서 위암 진단을 받은지 햇수로 4년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 식사도 잘 하시고, 텃밭에 마늘,양파,들깨,참깨,콩,고구마,고추,배추 등등 밥상에 필요한 대부분의 작물을 

직접 기르고 거두어 들일만큼 건강하셨는데 요즘 들어 이런저런 좋지않은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금요일저녁 미리 연락도 드리지 않고 불쑥 친정엘 찾아갔다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코트만 벗어두고 저녁밥상을 차리는데 엄마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씀을 하신다

" 아버지가 몸이 예전같지 않아 그런지 생전 어디 다니는거 좋아하지도 않는 양반이 자식들한테 말하지 말고 오동도에 한 번 다녀오자고 하시는데..."


아버지께서 엄마와 단둘이 가고 싶은 여행지를 오동도로 택한건 기차와 택시를 이용하면 비교적 쉽게 다녀올 수 있고, 

텔레비젼에서 돌산에서 오동도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를 보시고 엄마와 함께 조금이라도 건강할때 꼭 한 번 다녀오시고 싶은 모양이다

아버지의 그 마음을 생각하니 나 또한 마음이 급해져서 밥상을 차리다말고 다음날 아침에 출발하는 여수행 기차표 석 장을 예매했다


그렇게 느닷없이  부모님과 함께 기차를 타고 떠난 여행..

양손에 부모님 손잡고 수많은 인파 속을 느리게 걸으면서 빨간 동백꽃과 파란하늘 초록의 바다를 보니 참으로 좋기만한데,

문득문득 울컥해지는 마음 또한 어쩔수가 없다


이제는 내가 두 분께 해드릴 수 있는거라곤 자주 찾아뵙고 따뜻한 밥상을 차려 드리는것 뿐이지만

그렇게라도 아직 무언가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산책(3.14)

몹시도 춥고 길었던, 결코 끝날것 같지 않았던 겨울이 지나가고 어느덧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봄날이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 근처 수변공원 산책을 나갔는데 날씨가 너무 따뜻하고 햇살이 화사해서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정도다

양지바른 곳에는 작은 풀꽃들이 햇살만큼 눈부시게 피어있었다









★춘설(3.21)

일주일전만 해도 요즘 한반도 문제를 얘기할때면 자주 거론되는 패싱을 계절에 갖다 붙여도 될것처럼 초여름 날씨를 보이더니

춘분에 때 아닌 춘설이 많이도 내렸다









★ 미세먼지(3.26)

7시 뉴스를 보면서 저녁을 먹는데 내가 살고있는 익산이 전국에서 공기질이 가장 나쁘다는 뉴스가 나온다

뉴스 내용을 보면 초미세먼지 나쁨수준인 m³당 51μg이상인 날이 1년에 68일로 전국 1등이라는 것...........

2위인 평택이 60일 이라는데 1위와 2위의 격차만해도 엄청나다는 사실...........

뉴스에서는 익산이 이토록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건 축산농가가 많기 때문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함께 전해준다

그래서일까? 매일 저녁마다 방을 닦는데도 불구하고 걸레가 깨끗한 날이 없더라는........ㅠ








★ 전쟁과 평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었는데,

많은 우려와 기대 속에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는 동안 화해모드로 급변한 남북관계를 보면서, 

드디어 한반도에도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려나 싶으면서도 과연 그런날이 올까 싶은 생각이 아직은 더 크다

그래서 보통사람이건 정치인이건 지도자건 거짓말을 하면 안되는거다 


6.25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나로서는 책이나 영화를 통해서 전쟁의 참상을 간접경험하게 되는데,

최근에 읽은 <어느 인문학자의 6.25>와 지난해 개봉한 영화 <덩케르크>는 그동안 읽고 보았던 많은 전쟁관련 책과 영화중에서도 수작으로 꼽고 싶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의 부인인 강인숙 여사의 <어느 인문학자의 6.25>는 저자가 여고 2학년이었을때 발발한 6.25전쟁 당시 한강 다리가 끊어져

보트로 도강을 하고, 1.4후퇴때는 철길을 따라 피난길에 나서는 등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민간인의 참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그 어떤 뛰어난 소설도 리얼리티가 주는 긴장을 능가할수 없다는걸 보여주는 생생한 전쟁의 기록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해안에서 벌어지는 육해공 연합군 철수작전을 그린 영화로,

치열한 전투가 아닌 철수과정을 자극적인 장면이나 과장된 대사 없이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주지만 절제된 언어와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전쟁의 참상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였다


퇴근길에 보니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면 온 세상이 마법처럼 꽃천지로 변할것이다

이 땅에 봄이 온것처럼 한반도에도 전쟁위험이 사라진 평화의 봄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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