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그리고 영화

자유의 길

연이♥ 2008. 1. 25. 15:30

 

 

 

내 이름은 팀미란다.  내 아들 이름도 팀미였고.

마을 사람들이 내 아들을 꼬마 팀미라고 불렀는데, 어린 아들은 그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

그 말을 한다고 한 게 티미란 말이었어.

그 뒤로 마을 사람들이 나를 티미라고 불렀단다.

어느 날 주인이 내 아들을 데려가더니 팔아 버렸단다.

그때 내 아들은 다섯 살이었고, 벌써 오십년 전 일이야.

네가 물었지?

왜 먼 곳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느냐고?

내 아들이 주인에게 끌려갈 때 소리쳐 부르던 모습을 보고 있는 거란다.

"아버지! 아버지!"

내 아들을 본 게 그때가 마지막이었단다.

 

  

 

 

 

 

 

 

 

 

병든 사람과 죽은 사람은 헌신짝처럼 바다에 내던져졌다.

그들은 가슴이 뛰지도 않았고,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고,

소리쳐 울부짖지도 않았다.

 

  

 

차곡차곡 쌓여있네.

관처럼 좁고, 관처럼 캄캄한, 그런 판자 위에 똑바로.

차곡차곡 쌓여 있네.

산 채로, 산 채로, 그렇게 산 채로.

  

 

  

자, 보세요!

지금 막 배로 싣고 온 깜둥이들입니다.

이놈들은 악마의 머릿속만큼이나 시커멓지요.

온몸이 시커먼 이놈들은 아무리 날이 더워도

시원한 날 일하는 것처럼 일할 수 있답니다.

문제라면 시커먼 놈들이라 밤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밤에는 이놈들이 반조와 드럼을 치니까요.

깜깜해서 안 보인다고 해도.

이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소리로 알 수 있지요.

 

 

 

  

저기 봐! 폭풍우가 몰려와! 하느님이 폭풍우를 보내고 있어.

하느님은 틀림없이 이 세상의 악을 날려 버릴거야.  폭풍우가 목화솜을 땅 위로 흩날려 버리듯이.

곧 비가 내릴거야.  하느님이 이 죄 많은 세상을 깨끗이 하기 위해서 비를 내리게 해.

폭풍우가 지나고 나면 하늘이 맑아지고, 저 멀리 무지개가 뜰 거야.

우리를 태워 저 먼 곳으로 데려다 줄 무지개가.  봐! 저기를 봐! 폭풍우가 몰려오고 있어!

 

 

 

 

도망치는 노예에게 '자유로 가는 길'을 보여 주는 지도 따위는 없었어.

휴게소가 있는 고속도로도 없었고.

그렇지만 나무 둘레에 이끼가 낀 쪽이 북쪽이고.

나무 그림자가 드리운 곳이 아침에는 서쪽이고 낮에는 북쪽이라는 걸 알았지.

밤에는 북극성을 보고 방향을 잡았지.

 

 

 

  

역사책에는 링컨 대통령이 노예를 해방시켰다고 쓰여 있지. 

링컨이 노예제도를 없애는 노예 해방명령 문서에 서명한 건 사실이야.

하지만 모든 공을 링컨에게만 돌리는 건 옳지 않아.

노예와 흑인이 스스로를 위해 한 일을 잊지 말아야 해.

그 일은 국가를 위한 일이기도 했어.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자유롭게 해 줄 수는 없어.

스스로 자유를 찾아야만 해.

누군가 잠긴 문을 조금 열어 줄 수는 있지만, 그 문을 나서는 건 스스로 해야 해.

스스로 그 문을 나서야만 해.

 

  

 

 

자유, 자신과 자신이 살아온 시간에 책임을 지는 일.

자유, 자신을 인정하는 일.

자유, 자신이 스스로 주인이 되는 일,

자유, 어떻게 지켜 가야 할지 지금도 배워야 하는 일.

 

 

 

<자유의 길> / 줄리어스 레스터 글 /  로드 브라운 그림 / 김중철 옮김 / 낮은산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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